성경신학
베크교수와 대담/교회의 정체성
베크교수와 대담/교회의 정체성
화란 자유대학교 조직신학 교수와 국제개혁신학연구원 회장으로 있는 아브라함 반 데 베크(Abraham van de Beek) 교수가 국제신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오랫동안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고 또 앞으로 한국교회와 연계를 모색하고 싶다고 피력한 그와 교회의 사명과 정체성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해 보았다.
▶ 최근의 화란 신학계의 경향과 교회의 형편은 어떠한지 말씀해 주시지요.
화란 신학계는 크게 자유주의 경향과 보수적인(복음주의) 경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유주의 경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세속 학문의 영향과 접목으로 인해 신학의 폭이 넓어져 가고 있지만 결국 이것은 자유주의 신학으로 가는 결과가 되었고 심지어는 타종교와의 대화도 부담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인데, 그래서 전체적인 대세는 자유주의 경향입니다. 이러한 신학적 흐름이 교회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유주의 신학과 종교사학의 영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등의 일반학문의 접촉으로 인해 교회도 리버럴한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교회성장이 둔화되고 교인들의 수는 급감하고 젊은 사람들이 현대적인 예배, 즉 밴드나 드라마 등이 가미되어 시선을 끄는 예배에 많이 모이고는 있지만 복음의 진보에는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비록 소수이지만 복음주의권 교수들이 보강되면서 새로운 약진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습니다. 자유대학교도 70년대는 보수적,80년대 이후부터는 자유주의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지만 현재는 다시 보수로 돌아가려는 복원의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복음적인 메시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현 추세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 화란 교회도 마찬가지겠지만 포스트모더니즘에 들어서면서 교회가 복음을 증거하는 데 점점 무력해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떤 원인들이 있다고 보십니까?
무엇보다도 교회의 세속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근대 이후로 사람들이 이성에 의존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초월적인 부분이 무시되었습니다. 현대인들이 이성을 존중하며 판단 기준의 권위를 이성에 둠으로써 인간의 이성으로 입증할 수 없는 신의 존재에 대한 관심이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자연스럽게 물질만능주의와 연결되었습니다. 삶의 가치가 자기중심적이 되고, 물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며 정치 경제 분야 등의 사회개혁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서구사회의 세속화는 기독교 세계관에 심각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 그렇다면 이러한 세속화에 교회는 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을까요?
한 마디로 교회의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목회자의 교회관이 어떠하냐에 따라 목회방향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교회관이 왜곡된 것입니다. 교회가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지 않은 것입니다. 계몽주의 이후 사람들은 유토피아적 희망을 갖게 되었고 물질주의와 현세지향적이며 기복주의적 사고가 주류가 되었습니다. 이것에 교회와 신학이 동참했던 것입니다.
▶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리는 교회의 사명과 활동에 치중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회의 정체성을 점검해 볼 때입니다. 교회는 사명보다 정체성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명은 정체성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하기 위한 크리스천으로 부름을 받기 이전에 우리의 부르심은 크리스천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이것은 십자가의 죽으심으로 가능합니다. 교회의 정체성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정의됩니다. 따라서 교회는 세상에 대해 죽어야 합니다. 날마다 우리의 생명을 잃는 것이요 영원히 주님의 죽으심을 기념하는 것이 교회의 정체성입니다. 이러한 교회의 정체성을 내어주고 다른 정체성을 교회가 받아들이고 그것이 믿음을 지배한다면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것입니다.
▶ 교회의 정체성의 혼동이 심각한 문제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대처해 나가면 좋겠습니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세속화로 인한 정체성의 혼동은 우리가 세속화된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즉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세속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가 이것이 문제다라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세속화가 매우 위협적인 대상이며 이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진정으로 교회가 알아야 합니다. 문제임에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덜 의식하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을 주고 있습니다.
▶ 끝으로 한국교회의 정체성이 새로워지기 위한 권면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이 세상은 소망이 없습니다. 아주 조금 개선된다고 느낄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인간 자체의 본성이 타락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러한 인간의 죄악성이 주고 있는 상황을 절박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서구 사회와 교회는 이것을 잘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인간에게 희망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물질만능주의가 교회의 정체성을 흔드는 주범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삶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짊어지기 위해서 오셨음을 마음속에 새기며 교회를 위한 교회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한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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